어제 저녁, 강원도 평창의 육백마지기에 도착했다. 불어오는 바람과 별빛 속에서 조용히 하루를 마무리하고, 이른 아침 산책에 나섰다.

해발 1,200미터. 차 문을 열자 맑고 선선한 공기가 폐 깊숙이 스며들고, 눈 앞에 자욱한 안개가 보였다. 잠시 걸어 언덕 아래로 내려와 보니 초록으로 뒤덮인 능선과 파란 하늘이 시야를 가득 채운다. 마음이 맑아진다.
능선 위에는 거대한 풍력발전기가 당당하게 서 있고, 천천히 돌아가는 날개는 이 고요한 산 풍경과 묘하게 어울린다. 능선을 따라 걷다 보면 알록달록한 야생화가 발길 옆에서 인사를 건넨다. 붉은 철쭉과 하얀 들꽃이 초여름의 빛을 한껏 품고 있다.
산 중턱부터는 붉은빛 나무 데크가 능선을 따라 길게 이어진다. 초록의 초원 위를 가로지르는 이 길을 따라 많은 사람들이 걷고 있다. 데크 아래쪽으로는 흙길 산책로가 이어지는데, 풀 사이 작은 길을 따라 걷는 사람들의 모습이 마치 한 폭의 풍경화 같다.
‘육백마지기’라는 이름은 과거 이곳이 600마지기 넓이의 밭이었기 때문에 붙여졌다고 한다. 지금은 밭이 아니라 초록의 언덕이지만, 바람 소리, 풀잎의 흔들림, 새소리, 먼 산의 정적. 어떤 말보다 깊고 조용한 위로가 된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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